천주교 노형성당 |
마지막 장맛비가 내리는 월요일 오후입니다. 오늘은 차분히 사제관에 앉아 내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물음을 던져봅니다. 무작정 앞만 보고 열정만으로 가다 보니 내가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틀린 것인지? 판단도 모호해지고, 내가 원했던 길인지? 기억도 흐려집니다. 열심히 살기는 하는 것 같은데 이것이 옳은 것인지? 정답 없는 물음만 계속 던져 봅니다.
페이스북을 보니 낭만 닥터 김사부의 명대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하였는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가? 생각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 처음의 마음이 기억이 나고, 이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방향이 보이게 됩니다. 인생은 항상 직진 같아 보이지만,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방향 표시와 안내판이 참으로 많습니다. 그 안내판은 걸림돌이 아니라 내가 목적지까지 정확히 도착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나의 천사입니다.
사랑스러운 노형의 교우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은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은총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의 안내판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 안내판을 무시하고 오직 하느님께 직진만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직진은 아주 세속적이고 성과주의 측면이 많습니다. 본인이 중심에 있으면 자존감이 살아나고, 반대로 중심에 서지 못하면 상실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신앙인에게 큰 유혹입니다.
저는 하느님의 안내판입니다. 혹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불편함 점이 있더라도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잠시 멈추어서 내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 물음을 던지시면서 하느님 나라를 체험하시기 바랍니다. 교회는 ‘활동’과 ‘드러남’을 통한 성취감보다 진정한 사랑으로 행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