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2020. 12. 24 - 김석주 신부] 살아있는 구유를 방문합시다.

0 10,650 2020.12.24 08:48

살아있는 구유를 방문합시다.

 

2020년 성탄 대축일입니다올해는 하느님께서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우리가 항상 해왔던 성탄절 축하 방식을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전쟁 중에도 성탄절에는 서로 휴전하며 적군에게도 성탄을 축하했었는데,  2020년은 교우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아기 예수님을 경배하는 것도 제약을 받게 되었습니다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기에 많이 우울하고, 무엇을 해야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랫동안 지내왔던 성탄절의 모습을 성찰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는 성탄을 단순히 예수님의 생일을 기억하는 연례적인 축하파티(축제) 정도로 의미를 축소하여 왔던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모든 것을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서 생각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성탄을 맞이하는 교회도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는 시대에 맞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재해석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밤 미사 복음인 루카 복음(2,1-14)에서 두 단어를 묵상하고 싶습니다.

 

칙령(호적 등록)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인 호적 등록은 식민지의 백성들을 모두 파악하고 모니터링을하는 침범자들의 악법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세상에서 자행되는 악법을 따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이스라엘 민족이고,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라는 비켜갈 수 없는 현실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예수님의 삶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악법을 통하여 작은 고을 베틀레헴에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 구약 예언을 완성하십니다.

 

우리들의 세상에도 많은 법과 제도들이 있습니다. 그 법과 제도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각기 다릅니다. 그러나 국가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을 때는 국민으로서 그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따라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나의 삶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삶의 자리의 현실은 피해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그 곳에서 역사하십니다.

 

구유

여관에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루카 2,7)  마리아와 요셉의 처지는 오늘날의 호텔, 펜션, 오피스텔, 아파트 등에 가난한 이들이 묵을 자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 곳에 자리가 없는 이유가 무엇입니까가난때문입니다가난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보금자리가 사라지기도 하고, 보금자리를 마련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처지의 요셉과 마리아에게 구유라는 보금자리를 허락합니다.  ‘구유는 성탄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기 위한 장식품이 아닙니다구유는 비참한 현실에 있는 이들의 마지막 선택이며, 하느님의 보호입니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구유 안에 예수님이 계십니다. 고통받는 이는 예수님이십니다. 이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성탄은 이런 형제자매 안에서 예수님과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가난한 형제는 우리가 연대하며 다가가야 할 성탄 구유입니다. 이것이 살아있는 성탄 구유입니다. 우리가 구세주를 진정으로 만날 수 있는 성탄 구유는 가난한 이들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가난한 형제 안에 있는 살아있는 성탄 구유를 방문하자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마리아를 통하여 베틀레헴에서 태어나신 그리스도께서 믿음을 통해 내 마음안에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성탄은 나에게 하나의 축제이고 공휴일로 기억될 뿐 입니다.  성탄은 산타클로스가 오시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오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성탄은 축하하며 선물을 주고 받는 축제가 아니라,  그리스도처럼 모든 이를 기억하며 내려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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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로운 성탄을 맞이해야 합니다.  축제가 없는 성탄이지만, 사랑 가득한 성탄을 만들어 봅시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살아있는 구유를 방문하여 봅시다.  오늘 우리 주변에 살아있는 구유는 택배기사님배달하시는 라이더님아파트의 관리인 아저씨쓰레기 분리수거에 힘쓰는 봉사자들코로나 19로 인해 지쳐 있는 의료인들과 봉사자들이 아닐까요그들에게 따뜻한 성탄 인사와 작은 선물을 함께 전한다면 축제의 소리보다 사랑의 향기가 가득한 따뜻한 성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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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4일 아침에 김석주 베드로 신부가 여러분에게 성탄 축하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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