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노형성당 |
찬미예수님,
노형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성가정 축일을 맞아 신자 분들의 모든 가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흔히 우리는 성가정이라 하면 아무런 고통과 갈등 없이 살아가는 가정, 평안하고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는 가정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성가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예수님의 가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아무런 문제 없는 가정이 성가정을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예수님 가정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의 엄청난 시련 속에서 살아갔습니다. 요셉은 약혼을 했던 약혼자 마리아가 임신을 했다는 소문을 듣게 되어, 파혼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아기 예수님이 태어났을 때에는 무자비한 학살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예수님은 결혼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이곳저곳 떠돌다 십자가라는 참혹한 형벌로 죽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가정은 우리가 꿈꾸는 안정되고, 평안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성가정’은 ‘거룩한 가정’을 뜻합니다. 성경에서 ‘거룩함’은 다른 것들과 ‘구별’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가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을 성가정이라 부르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가정이 다른 가정과 구별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구별’은 그들이 외적으로 엄청난 시련과 고통과 문제를 지녔다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문제 앞에서 그들이 보여 주었던 태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어려움에 닥쳤을 때, 예수님의 가정 구성원 모두는 하느님께 순종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서로를 미워하고, 탓하면서 불목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주었습니다. 이처럼 성가정이란 아무런 걱정과 고통 없는 가정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이 안정되고 성공된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성가정은 갈등과 문제가 가정에 들이닥칠 때, 서로가 서로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해해 주는 가정을 뜻합니다.
예수님의 가정은 우리들에게 기쁨과 희망의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내 자녀가 성공한 삶을 살지 않더라도, 우리 가족들의 삶의 평탄하지 않더라도, 우리 가정이 하느님으로부터 ‘성가정’으로 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외적인 성공 없이도, 외적인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가족 구성원 각자가 서로 먼저 사랑할 때, 우리 가정은 하느님 보시기에 거룩한 가정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오늘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구체적으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성가정의 여정을 시작하시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