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2020. 3. 5. 목]코로나 앞에 무력한 존재

0 12,122 2020.03.05 17:27

"저의 주님, 저희의 임금님, 당신은 유일한 분이십니다. 외로운 저를 도와주소서.
 당신 말고는 도와줄 이가 없는데 이 몸은 위험에 닥쳐 있습니다.

 기억하소서, 주님, 저희 고난의 때에 당신 자신을 알리소서.
 저에게 용기를 주소서, 신들의 임금님, 모든 권세의 지배자시여!

 당신 손으로 저희를 구하시고,

 주님, 당신밖에 없는 외로운 저를 도우소서.
 당신께서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십니다.”(에스테르기 4, 17)


오늘 독서 에스테르기에서 에스테르 왕비는 이스라엘에게 처해진 엄청난 위기에서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주님께 피신처를 구하였다. 그리고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주님께 간절한 기도를 바친다.


에스테르 왕비는 상복을 입고 재와 오물을 뒤집어쓰며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며 하찮은 것임을 고백하고 주님의 도우심을 간구한다. 그녀는 왕비이지만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의 능력으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신의 무기력과 비참함을 고백하며 기도한다.

 

기원전 538년에 페르시아 왕 고레스는 바빌론 유배를 당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칙령을 선포한다. 그리하여 일부는 예루살렘으로 돌아갔지만, 많은 이들은 자기들이 살던 여러 나라에 그대로 머무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종교 전통을 고수했기 때문에 어디서든 남의 눈에 띄었고 주변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처음에는 감정적으로 이들을 거부했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이들을 몰살하려고 혹독하게 박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적개심으로 가득한 주변 환경 속에서 살아야하는 이스라엘 민족에게는 구원의 희망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모든 통치자들을 통해서 당신의 계획을 완성하셨다. 그리하여 고통과 박해 속에 허덕이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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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씀은 이처럼 우리를 이끄시는 주님을 보여준다. 그리고 신앙인들로 하여금 힘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한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 있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도 잘못이지만, 자신이 할 수 없는 일까지도 자신만이 행하려하고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은 함께 살도록 창조되었고, 서로 도우면서 살도록 창조되었다.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자신의 힘이 있을 때에 남을 도와야 한다.

나아가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에 대해서는 하느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청해야 한다.


이 힘든 시기가 언제 지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이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현실 앞에서 한계를 느껴 지쳐가는 소리, 원망하는 소리, 불신하는 소리들이 들린다. 이 한계에서 세상의 사람들처럼 단순히 지도자를 비판하고 국가를 원망하는 지극히 단순함에서 나오는 불편함의 논리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우리 신앙인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을 혐오의 대상으로 생각하여 그들을 비난하고 배척하지 말고 그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를 간청하고, 정부와 지도자들 비판하기 이전에 그들에게 에스테르 왕비의 간절함을 주시도록 주님께 기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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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마태오 7,7-8)

 

주님! 당신 없이는 저희가 있을 수 없사오니  저희에게 성령의 힘을 주시어
언제나 올바른 것을 생각하고 힘껏 실천하며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김석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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