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노형성당 |
나는 페이스북 또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여 가끔 전세계 친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데, 요즘에 전세계의 친구들이 보내주는 소식은 코로나19와 관련된 교황님의 메시지와 사진, 자기 교구나 본당에서 펼쳐지는 기도와 나눔의 모습, 즉 사순시기의 정신인 기도, 나눔, 희생에 대한 실천사항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친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때문이기는 하지만, 신앙적이고 교회적인 내용보다는 맛집, 음식, 풍경 등 자기의 관심사에 집중되어 있다.
전세계의 친구들이 보내주었던 사진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미의 친구가 보내준 사진이었다. 신부님과 수녀님들이 비닐봉지에 필요한 물품을 담고 각 가정을 방문하여 문고리에 걸어주고 강복을 주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 사진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고, 나의 눈에는 속죄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노형본당을 담당하고 있는 나는 과연 사순기기 동안 어디에 있었던가?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것이 묻혀버렸다. 특히 사목자인 나도 사순시기의 상징인 십자가와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을 코로나19에 묻어버렸다. 그리고 그 행동을 합리화하였다. 물론 모든 이들이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이 시기에 더욱더 힘든 이들은 누구일까? 예수님을 기다렸던 봉성체 환자들, 자기방어에 힘겨운 약자들, 어르신들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사목자의 발걸음으로 다가가지 못하였다.
오늘은 3월의 마지막 날이다. 봄을 기다렸던 3월은 신자들을 하염없이 기다렸던 3월로 변해버렸다. 3월에 코로나 19 때문에 묻혀버렸던 십자가와 예수님의 자비와 사랑을 4월에는 다시 나의 삶의 자리로 꺼내야 하겠다. 그리고 남은 사순시기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마무리해야 하겠다.
“주님께 바라라. 힘 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시편 27, 14)
[김석주 신부]